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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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에 물들다

봄빛에 물들다 한문용 새소리 살가운 숲 붉어 성숙된 봄빛 일궈 사랑 한 아름 안겨온 글샘 그곳에 영산홍 폈네 실바람으로 멱감는 시절 내 곁으로 사뿐 걸어오면 아리랑 한 자락 함지박에 곱게 싸 넣어 임 맞으련다 물오른 들녘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에 띄는 달콤한 그리움 살짝 깨문 입술엔 가슴 때리는 보고픔 일어 해볕 물든 양지짝을 끝내 붉혔네 균형잡힌 봄빛을 으스러지도록 껴안아 같이 어우러진 4월

카테고리 없음 2024.04.12

허, 가당찮은 2월 장마

허, 가당찮은 2월 장마 한문용 뒤틀린 계절 세상 변덕에 꼴갑을 떤다 먹구름 그득한 누리에 쉼을 잃어버린 시린 장맛비 고사리장마도 아닌 것이 일상이 축 늘어지도록 짓누른다 추적거리는 바깥 세상 눅눅한 거실엔 묵직한 고독만 퀭한 가슴을 휘젓고 물끓는 주전자엔 보릿냄새만 피어오른다 흐느낌일까? 마전장이 같은 자연의 비짐일까? 줄곳 응시하는 뜨락 아래 그칠줄 모르는 장맛비의 고집스러운 셈법 아! 환경이 일으켜 세운 돌연변이 누구를 탓하랴 창조주의 뜻을 거스린 인간의 탐욕 때문인 것을 쏘옥 밀어올리던 새싹도 볕없어 숨을 멈추고 말았다

내 영상시 2024.02.28

오늘 내 일기

오늘 내 일기 한문용 에는 바람 흩날리는 눈발에서 희미한 기억들이 창 밖에서 또렷이 다가옵니다 이웃 은혜로 살아온 나 정의의 편에서 진솔하게 살아온 나 하느님 사랑으로 예까지 살아온 여정 흰빛 은총으로 내리는 눈 자락도 내게 주신 선물입니다 엊그제 대한 장군 서릿발로 꽁꽁 얼어붙은 하늘에서 기어이 가는 세월 시심 한풀이 세상을 하얗게 덮습니다 심상이 울먹임에 차마 잊힌 글쓰기를 허락해주신 밤 작지만 큰 영의 선물입니다 순간순간 마다 휘잉 소리 내며 들려오는 삶의 메아리 반짝이며 내게 달려옵니다 Giovanni Marradi /Création Bella Ocean

내 영상시 2024.02.08

소한 아침을 맞으며

소한 아침을 맞으며 한문용 어둠이 걷히고 낮게 드리운 해무가 열린 바다 위를 솟는 햇빛에 하얗게 깨어버린 수잠 한겨울 에는 냉기에 겨울새 꺼이꺼이 울음 토해내듯 야윈 어깨 흐느끼며 고요의 노래 타고 차마 이 밤 지나 왔거늘 여명 찬란한 시각 피붙이보다 아끼는 이를 다 내어주고 의미 없이 돌아 본 밋밋한 한 해 그래도 애잔한 그리움 일상 버거움 대신 할 수 없었던 세월 오늘 붉게 솟아오르는 희망과 함께 걸을 수 있음은 없는 이를 보듬는 내 소원의 기도라 Various Artists - Into Silence

내 영상시 2024.01.06

추모의 벽

추모의 벽 한문용 얼굴도 모른 채 암울한 세상을 살다 간 사람들 막힌 그 길은 지금도 섬뜩합니다 국화꽃 향기에 영혼을 묻어 분노만 쓸어 담은 눈물이시어 이름 모를 누임이시어 먹먹한 세상 헛도는 넋이시어 헤진 꽃이시어 싫은 이별이시어 사진, 위패 없는 주검에 꽃 한 송이도 못드렸습니다 추모의 발길조차 짓눌린 거리 올려다 본 하늘도 서러워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아주 낮은 곳에서 울고만 있습니다 Giovanni Marradi /Création Bella Ocean

내 영상시 2023.12.19

상달이 보낸 편지

상달이 보낸 편지 한문용 청아한 나라 미리내 아래 있어 동방의 기운 빛 내린 은혜로 우리 강산을 아우르던 오천년의 맥 그때 상달에서부터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이어졌나니 겨레여 지금 숨 쉬고 있는가 아, 불싸 가르는 이가 방방곡곡 혈을 끊어 끝내 움막을 치고 말았다 살가운 정 막힘없이 흐르던 옛 조상들의 기운 속절없이 이렇게 망가지는가 누리에 파랗게 번졌던 맑음이 자욱한 먼지로 덮혀 암울한 세상 도래하였다 괸 물이 썪었음으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상달이 보낸 편지 정화의 기운 언제 싹 트려나 Richard Clayderman - A Comme Amour

내 영상시 2023.10.13

내 길

내 길 한문용 뻐꾸기 숨바꼭질하는 진리가 숨 쉬는 숲속의 길 나는 걸어가리라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 빛 가운데 우뚝 선 질서의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마을 어귀 어둠을 밝혀주는 가로등 밝음의 정의가 찬란한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따스한 배려의 애덕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의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불의가 난무하는 길을 뚫고서야 보이는 곧은 길 나는 걸어가리라

영성글 2023.08.18

고독이라는 병

고독이라는 병 한문용 숨이 막힌다 무던히도 덥던 칠월 찌꺼기 팔월에도 끈적한 신열로 이어져 지칠줄 모르는 열대야 뜰 앞 망사리에 꼬옥 담고 싶은 가을은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눈치보며 서성이고 하늬바람은 바다 저편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잠 못이루는 밤 벤치에 혼자 앉으면 수평선에서 훨훨 날아 온 임 목소리 귓가에 들려오고 밤새 춤추는 숨소리는 달빛 창가에 부딪쳐 빠알갛게 신음할 때마다 담벼락 담쟁이가 놀을 탄다 Giovanni Marradi - Mamma

내 영상시 2023.08.12

훗날에 대하여

훗날에 대하여 한문용 일출, 일몰 반복되는 일상인데 맨날 훗날을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나도 그랬다 그날 미련 남아 있어 옛 향기에 취해 오늘을 미화하고 도대체 기울어지기를 거부하는 동안 눈빛이 색깔의 촉감을 잃어버리면 사랑하기조차 버거워지느니 미워하지 않겠네 자신과 이웃을 먼 길 돌아 부르는 노래인데 소절마다 붉은들 어떠리 음치에 녹아드는 향수도 침묵 깊은 노래인 것을 생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후에야 성숙해지고 익어가는 것 따스함으로 받아드리는 이유 내 길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

내 영상시 202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