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2022/06 3

달무리

달무리 글 / 한 문용 불꽃처럼 피어나 다 태우지 못한 안타까움 채양 없는 구멍 뚫린 모자를 쓰고 눈썰미보다 작은 공간에서 시간을 붙잡고 동심원을 그린다. 달맞이꽃 이슬 선율에 밤안개처럼 스멀스멀 기어드는 적막한 기운 달무리 안에서만 빛나는 고독한 빙화(氷花)의 미소에 눈시울이 뜨겁다. 달무리여 그대는 석고상 그 창백함보다 더 진한 외로움을 타고 났을지라도 동녘에서부터 달려오는 빛의 향연에 넉넉한 잠의 둥지를 틀 수 있는 조용한 기다림이 있구나. 사랑으로 다가올 잔잔한 사색의 여운 네게서 배운다.

내 영상시 2022.06.27

향연의 조각들

향연의 조각들 詩 늘봉 / 한문용 휘잉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널부러진 고독을 동이 째 쓸어 담은 남촌 바람에 울컥 치솟는 그리움 견디지 못해 몸 뒤척이다 무너지는 목소리가 들릴 때만 여자인 그녀 불꽃 내려 앉아 태우는 사랑의 향연 황홀한 연무로 설친 선잠에도 씨앗 여문다. 잠간 새 공간 속 만남 하늘 삼킨 어둠이 꺼이꺼이 소리 지르고 달려오는 날이면 삶에서 잘게 도막난 편린 내게 꿈꾸며 다가오는 향연의 조각들 편린 : 한 조각의 비늘 사물의 극히 작은 부분을 일컫는 말

내 영상시 2022.06.19

만나지 않았어도

만나지 않았어도 사랑에 빠지면 그 끝은 무엇일까 어쩌다 티격태격 갈등의 아픔도 지나고 나면 세월 속 잔해들도 서서히 내려앉느니 오늘도 기댈 사람 곁에 없어 인생 내리막에 번뇌로 물든 상념쪼가리만 하얗게 엉겨 붙어 차오르는 연민 따라 솟아오르는 분노 가당찮은 시간들에 퍼붓는 욕설은 비가림막에 부딪히는 가랑비처럼 소리 없는 장벽에 막혀버렸네 바다 건넌 사랑이 내 세월 안에 그냥 주저앉았으면

내 영상시 202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