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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가야할곳은 곷동네 아닌 단원고

늘 봉 2014. 5. 25. 19:23

교황이 가야할곳은 꽃동네 아닌 단원고

 

 

조현
2014. 05. 23
 


교황 꽃동네 반대 기자회견-.jpg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 반대 기자회견



오웅진 신부-.jpg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꽃동네 전경-.jpg

충북 음성 꽃동네 전경



20일 서울 교황청대사관 앞에선 가톨릭 작은예수회 총원장 박성구 신부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교황님! 한국판 마피아 꽃동네 방문은 안됩니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가톨릭에서 같은 종단시설을 비판하거나 교황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도마에 오른 사람은 오웅진 신부였다. 행려병자와 장애인을 돌보는 꽃동네를 1976년 충북 음성에 설립한 그는 막사이사이상까지 받았다. 또 꽃동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교구 안에 분원을 유치하고 싶어했고, 8월 방한 때 방문하기로 예정된 곳이다.


오 신부는 ‘빈자의 아버지’라는 햇살만큼이나 그늘도 짙다. 99년 이후 비리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돼 수사를 받았다. 오 신부 쪽은 음성 꽃동네 인근에서 광산 개발의 채굴을 막자 앙심을 품은 사업자들이 고발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말한다.


비리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음성뿐 아니라 가평과 강화도에도 분원을 둔 꽃동네가 마피아로 불릴 만큼 지자체 예산을 독식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음성군은 전체 복지예산 967억원 가운데 256억원을 꽃동네 한곳에 쏟아붓고 있다. 가평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평에서 사회복지시설 요셉의 집을 운영하는 박 신부도 꽃동네가 가평군 복지예산을 독식하는 바람에 다른 21개 소규모 시설이 한푼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박 신부는 지금까지 지자체와 정부에 수차례 진정을 했으나 관피아들이 오 신부만을 비호하며 오히려 시설 폐쇄 명령 같은 보복을 했다고 하소연한다. 더구나 꽃동네를 관할하는 청주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꽃동네 안에 모친 묘소가 있는 염수정 추기경까지 꽃동네를 감싸고돌자, 박 신부는 로마로 직접 가 진실을 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굳이 꽃동네를 방문해야 하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 바티칸 내 부패 척결 의지까지 천명한 마당에 논란의 장소에 가는 것은 자칫 교황의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다. 방한 기간은 3박4일로 매우 짧다. 청와대 방문 외는 시복식 집전과 가톨릭아시아청년대회 등 가톨릭 행사뿐이다.


고통받는 약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온 교황이 무엇보다 한국에서 찾아야 할 이는 큰 고통에 휩싸인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었으면 좋겠다. 비무장지대나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사랑과 화해의 사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포토] 교황은 '비리' 꽃동네 오지 마시라

 

 

한겨레|입력2014.05.20 20:10|수정2014.05.20 21:20

[한겨레] 작은예수회 박성구 신부를 비롯한 신도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활센터 앞에서 8월16일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는 대신 세월호 참사를 당한 안산 단원고를 찾아 위로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웅진 신부가 국고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음성 꽃동네 방문은 오 신부를 옹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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