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
한문용
슬프다고 말하지 마라.
산 위에 서서 아래를 보라
오톨도톨 세상이 작게 보인다.
나무 밑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어라.
기슭에서 잔잔히 이는
바람소리를 들어라.
가슴이 확 트인다.
고독하다고 말하지 마라.
산마루에서 피는
이름 모른 들꽃의 노래와
하얗게 남실대는 파도의 숨소리와
어우러진 자연과의 호흡에
그럴 틈이나 있겠는가.
달빛은 별 속으로 부서지고
내린다고 생각지 말라
무딘 여름햇살에 세월이 저물면
생각을 키우는 앳된 별빛 안고
동산을 오르는 호젓한 설렘
세속 트라우마
번뇌
그 건 소설 같은 허구인 걸
빛에 절은 바다처럼
숨 고르며 숨 고르며 지어낸 촌심
바람결 향기처럼 새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