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영성글

아버님 영전에서

늘 봉 2016. 5. 23. 19:57


      아버님 영전에서 글 한문용 지금도 그날처럼 핏빛 여운이 남아있어 정뜨르 아래에서 현무암 자갈 속으로 자맥질하며 창백하게 부서지는 하얀 파도소리가 들립니다. 아버님 적막한 어둠속, 무서움에 떨며 떨며 흘리셨던 수정 같은 눈물방울들을 어찌하여 이곳에 묻어두셨습니까 당신께서 뿌린 여섯 달 밖에 되지 않은 소중한 씨앗 걱정에 노심초사하셨던 눈물이셨습니까 죄 없는 주검에 통곡하고 계실 홀어머니께 미안하고 죄송해서 불효막심한 아들의 한으로 흘리신 눈물이셨습니까 사랑하셨던 21살 처녀 같은 당신 아내에게 평생을 과부살이 만드셨던 면목 없는 주검에 이곳에 피눈물을 쏟으셨습니까 아버님 당신께서는 하느작거리는 풀 깃 속에 뜬 눈으로 묻힌 영혼이셨습니다. 오뉴월 까맣게 흐르던 먹구름이 지쳐낸 영혼이셨습니다. 부평초처럼 떠돌다 물기 없어 말라버린 어눌한 영혼이셨습니다. 아버님 가신지 예순여섯 해 그래도 진실은 영원한가봅니다. 그렇게도 갈망하던 간절한 명예 회복 미흡하나마 이루어졌습니다.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기뻐하소서. 구천에서나마 춤을 추소서. 지하에서나마 제가 외치는 환호의 소리를 들으소서. 아버님 인제 긴 세월 구름걷힌 하늘에서 파란 바람이 불어옵니다. 제 생의 틈새에 오셔서 못 베푼 당신의 내리사랑을 넋의 은혜로 채워주소서. 제 가슴에 남아 있는 골 깊은 상처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주시고 마른 장마에 물기가 빛의 환희로 돌게 해 주소서. 유월의 기도는 오직 한마디 오늘도 불효 자식은 아버님 원혼에 평화의 온기가 가득 하기를 빌 뿐입니다. 이제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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