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늘봉 한문용
삶을 할퀴더니 세상 속까지 할퀸다
허우적거릴수록 더 축 쳐진 날개
견디기 힘든 하루가
수평선을 느릿느릿 기웃거리다 넘고
기척 없는 거실에
홀로 역겨운 선풍기 휘젓는 소리
내 생에
필연되어 다가 와
폭염으로 구워 삶은 지독한 외로움
어느덧 칠월의 황혼 안에 우두커니 선
또 하나 삶의 무게인 걸
저무는 유리창 밖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신호등의 초 읽기
9,8,7,6,5,4,3,2,1
생 그 행로의 궤적이
더위에 길을 잃었다
끝내 불면으로 치닫고 만
여름밤 사랑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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