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늘봉 한문용
늘 이곳에 있어도 나는 이곳에 없다
그 고풍스럽던 낭만의 거리
길은 같은데 그 길이 아니다
우뚝 솟아 키재기하는 고층건물
구부러진 골목길의 운치
인제 더는 찾을 수가 없구나
푹푹찌는 아스팔트의 열기
감정을 도둑질 맞고
아름다운 기억들의 편린을 조각내어버린 모진 세월
놀래기들의 고향도 혹서 속에
보금자리을 잃었다
옛날이기를
소시적이기를
착각 속에 머물러 있는 오늘
그늘진 낭만
빗줄기라도 흠뻑 쏟아져내렸으면
가을의 향기 참으로 요원하다
이 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지못한 나
언제나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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