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에서
한문용
파란 잔디밭 누렇게 변할 쯤
겨우살이 준비에 바쁜 생명체들
분주한 날 채워가고
황량한 들판에 한 줄기 소나기가
소리길 가운데
움푹 팬 고랑을 축여주는 오후
잠깐 새 비친 햇살
푸른 한 해를 되돌아볼 틈도 없이
해 짧은 하루가
톡, 톡 눈까풀을 조여 오면
내 언덕은
긴 그림자로 덮어내린다.
샛길에 홱 던져버리고 싶은 히죽이는 세상
응집된 분노 삭히고
달콤한 앳된 기억 떠올리다
떠나버린 허허로움으로 허적일 때
살며시 안겨오는 그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