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 늘봉 한문용
태어날 때부터
가랑잎처럼 흩어진다는 걸 알았지
캐캐묵은 시절에
오죽했으면 네 몸뚱이를 덮어줄
눈雪 소식이라도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까
쌓이고 또 쌓이면서
구석진 골목길을 방황하여도
네 얼굴 감싸줄 이 없으니
고향 냄새가 그리워도
말라깽이에 무슨 채취가 남아 있을꼬
해가 지는 길목에서
썩지도 않고 문드러지지도 않는 육체를
바람난 여인처럼
알몸 시위를 하는구나
막 울어버린 하늘에
무거워진 몸뚱이 끌며
더는 같이 머물지 못하는 동행의 길에
널부러진 추색의 흔적들
그래서일까
느닷없이 부는 바람에
떠나려 앙탈하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