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은행잎
한문용
노란 은행잎이
창밖에서 계절에 떨고 있다
바람 불까 가슴 졸이고
비에 젖을까 구름에 눈 뺏기고
근원에 붙어있고 싶어 안달이다
작은 잎에서 봄빛 그려내고
녹색 젊음 노래하더니
온 누리가 파랗게 물결치던
황홀한 옛 기억들에 울고 있다
허공을 껴안고
대지를 힘차게 호흡하고
볕뉘를 비웃던 살랑대던 몸짓
짙은 볕 옅어져 세월이 바뀔 줄이나 알았을까
매서운 바람소리 듣게 될 줄
생각이나 했을까
하나 씩 둘 씩
떨어지고 흩어진 채
담벼락 밑에 누어버린 심장
넋 마져 빼앗겨 낙엽으로 환생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