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한문용
몸에 찬서리를 맞으면 어쩌나
소싯적 담백한 기운이
이렇게 쇠한 걸 보면
시간은 잘도 멋적게 지나갔구나
가슴은 여릴수록 더 단단해지고
지나버린 세월의 향기만
내 안에서 굳어지는지
얼핏 그때의 메아리가
오늘따라 청승맞게 귓가에 들린다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건
늘어가는 주름살과 쉰소리로 변해버린 음색
아직 가지런한 마음이 뇌리에 남았으니
영욕의 세월은 아니었다
잡초처럼 뭉개진 육신
그래도 나를 풍요롭게 하는 건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