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한문용
보드라운 바람씨가 남촌을 깨우고
숲길을 그득 채워 봄볕을 보듬으면
한 참 응어리졌던 한기는
뫼바람 속에 묻혀
멈추지 못해 끝내 불쑥불쑥 일어서는
버들강아지 노래 소리
입 다문 햇볕이 내 문지방을 드나들 때마다
그렁그렁 향기로운 사연 하나
가만가만 귓바퀴 속에서 맴돈다
사랑 도른 시각
떠나버릴 것 만 같은 그이 생각에
가슴 안에서 봇물터지듯
찰랑대는 울음소리
생각이 깊게 물든 숲에선
땅 속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새싹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내 몸의 병을 통째로 치유해 주는데
오직 한 가지 그리움의 병은 낫지를 않네
오늘도 봄볕 무성한 하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