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내 영상시

비와 추상화

늘 봉 2023. 7. 9. 04:22

비와 추상화
 
                    한문용
 
요즘같이 가슴이 뻥 뚫릴 땐
비가 내린다
샅에 두 손을 넣어 신비를 들어내니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
황홀한 극치가 빗살 치면
가슴에 똬리 튼 공허를 깨우곤
이내 망각의 덫을 벗긴다
 
시들했던 울렁거림이
폭우처럼 되살아나
못난 그리움을 덧칠하거니
빗방울 때리는 유리창에 박힌 그림자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보랏빛 빗방울이
그리움 찌꺼기만 잔뜩 쌓아 놓아
속병을 송두리째 앓았다
쏴아!
애잔한 떠올림 빗물에 흘러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젖어들지 않은 사랑
인제 마른 가지가 다 되었구나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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