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내 영상시

회한을 훔쳐버린 비

늘 봉 2023. 7. 22. 08:49

회환을 훔쳐버린 비
 
                          한문용
 
빗물 터진
회색빛 하늘에서
주렁주렁 달린 초록색 열매들이
금세 가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내 얼굴 언저리에는 주름살은 없노라고
내 뜰엔 빛바랜 단풍잎은 없노라고
내 삶엔 회한은 없노라고
그것은 가색假色임을 이제 알았습니다
 
한창 나슨해진 계절에
선잠에서 반듯이 깨어나
겸손의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아집 벽을 허물고
가슴을 활짝 열겠습니다.
자애로 여문 이슬처럼 
배려의 내음 내 안에 늘 숨쉬도록
자그만 촛불 하나 심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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