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수필

사랑은 제가 선택한 고통입니다

늘 봉 2013. 10. 16. 18:40
      사랑은 제가 선택한 고통입니다 / 한문용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고통을 수반하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주님을 닮아가는 일은 편안한 삶을 포기하는 여정임을, 그래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임을 압니다. 제 육신은 사랑하고 소중히 하면서 남의 것은 귀한 줄 모르는 삶을 살았던 제가 감히 사랑 운운하다니요. 전 주님 먼발치에도 서지 못할 평생 죄인입니다. 약하고 약하기 그지없는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사랑을 전해 주신 분들이 있어 저에게 새 생명을 주시고 이끌어 주신 사랑의 보은을 제가 실천해보려고 감히 나섰습니다. 도와주신 분께 무한한 애정을 드립니다. 사랑은 아름다움을 줍니다. 제가 선종봉사회에 들어간 것도 순전히 제 마음이 움직여서가 아니었습니다. 낚시 미끼에 홀려서 잠간 넋을 잃었나 봅니다. 그것도 비가 오는 날이었지요. 낚이지도 않는 물고기 밑밥에 단단히 걸려들었던 게 작년 여름 막바지인 8월 하순으로 기억됩니다. 영안실에서 시신을 보고, 만지고 닦는 대렴일은 난생 처음 하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몇 분이 능숙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밀 비위가 약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오직 주님께 의탁하며 그 일을 하니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용기가 절로 났습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보고 계시고, 지켜주신다는 굳센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육신 허물기를 수십 번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참으로 겸손해지고 작아진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서 주님께서 제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풀 한포기 별빛 하나 자그만 생명까지를 사랑하는 힘들고 어려운 여정, 감당하기 버거울지라도 주님의 크신 능력에 제 자신을 태우려고합니다. 기도하는 자세로 제 마음을 추스리며 사랑의 길을 걸으렵니다. 가라지가 그득한 험난한 길을 걷는 신앙인의 자세로 골고다 언덕길을 걸으신 예수님의 고통을 늘 기억하며............. 사랑은 제가 선택한 고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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