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늘봉/한문용
내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집에서 엎드리면 코닿는 거리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함덕교회가 있었는데,
성탄절 날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나로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하시고 잔잔한 물가에로
인도하여주시네'를 부르면서 부터이다.
목사님과 장로님이 너무 예쁘게 잘 불렀다는 칭찬의 소리가
네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기 까닭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얼마나 떨렸던지......
또래 아이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어른들도 나만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어
눈앞이 캄캄한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으니 잘 될 까닭이 없을 터였다.
기영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너 어쩜 그렇게도 못하냐? 가사도 까먹고....
그런데도 목사님께서는 잘 불렀단다.(?)
칭찬을 하면 고래도 춤춘다고 했다. 잘 부르지도 못했으면서
참 잘 부른 것으로 착각한 것이 오히려 내게 용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감을 심어 준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성경공부다 노래공부다
억지 공부를 했던 건 나를 무척 아껴주셨던 장로님 덕이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하루를 멀다하고 교회
문을 들락거렸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을 찾은 게 아니라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장로님께서 매일 한 알씩 주시는 하얀 박하 사탕의 달콤함에
매혹된 드나듦이 아니었던가 싶다.
교회가 현재의 자리인 우체국 옆으로 이사하고,
내 짝사랑?
복아무개네도 제주시로 이사 가는 바람에 설익은 신앙심이 절로
사그라드는 자신을 느끼면서도 맹목적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끈질기게 다닐 수 있었던 버팀목은 역시 찬송가를
부르고 오르간을 치는
재미가 쏠쏠했던 그 생활이 싫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교대를 진학한 후의 일이다.
짝사랑(?) 복아무개, 장로님의 아들 봉은이도 같이
합격하여 교대를 다니게 되었다.
난 방세도 절약할 겸 봉은이랑 둘이서 같은 방에서 자취를 시작하였다.
서부교회를 결국 같이 다니게 되었고, 성가대에도 같이들어가서 좋아하는
성가를 부를 수 있었으니 더욱 좋았다.
마침 복아무개도 서부교회 성가대 대원이어서
기쁨 두 배였음은 말할 것도 없었음에랴.
금상첨화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것이었다.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고 없지만 그 때의 추억이야말로 참으로 달콤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아직도 내게 아련한 흔적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장로님 아들 봉은이는 다른 뜻이 있어서 교대를 그만 두고 육지의
모 대학에 진학하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외숙님의 손자를 가르치면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외숙님 댁에서 살았다.
피아노도 있을 만큼 부자이셨다. 생각해보면 그 때가 낭만도 있었고,
성가를 부르면서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대학 생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학교회서클(예수교장로회대학서클)에서
성경 공부를 가장 많이 했던 때도 그 때였을 것이다.
복아무개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임지로 발령을 받고는 교직 생활을 시작 하면서부터
내 신앙심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학교 업무에 바쁘다는 건
핑게일 뿐이다. 개신교와 담을 쌓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상차리고 절을하는 건 교리에 어긋나는 일.....
고민이 되었다. 돌아가신 조상님께 절을 하는 것이 과연 우상 숭배인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개신교(장로교회)와의 거리가 멀어진 건 내겐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교회의 발을 끊은지 30여년,
몸도 마음도 많이 늙었다.
하느님은 아에 까맣게 잊고있었다.
그 때 구원의 손길, 박루시아님이 나를 성당으로 인도한
2009년 5월 24일 입교하고 교리를 받기 시작하면서이다.
그 때 성가대 입단을 신부님께 권유 받고,
모니카 자매님께 성가대 입단 원서를 쓴 날이 2009년 6월말의 일이니
세례도 받지 않은 채 입단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0년 1월 10일 세례를 받았고, 성모님 승천 대축일에 견진도 받았으니
이 얼마나 하느님 은총을 입었음인가!
다시 내 현실에 맞는 신앙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를 드린다. 좋아하는 성가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를 수 있게
이끌어 주신 나의 하느님께 찬양과 흠숭 드린다.
아멘.
2012年2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