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묻힌 자화상
한문용
아픔으로
혼자 홀짝였던 언덕길에서
별 헤던 날
기지개켜던 덩그런 너도밤나무와 함께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보금자리 찾곤, 새소리 멈춘 숲길에서
달빛 설핏할 즈음
눈물 없는 슬픔 더 서러워
주저앉은 넋두리도 축축하다
순간
동공 속에 비추이는 수척한 얼굴
기억만으로 남은 꽃잎
소유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긴 날을
하얗게, 하얗게 옴쳐온 날들
이 밤 다 새도록 중얼거려도 성이 차지 않은
사랑노래 여위었다
눈치 살피며 흘끗 둘러본 주위에
시공 넘나들며
헤엄치는 가슴 아린 고독
씁쓸한 독백만
괜한 입술 훔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