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리기
한문용
여름 오는 길목
야호, 소리 지르면
봉우리에 닿았던 메아리 파장에
흠칫 놀라 파르르 떠는 나뭇잎 밑에서
옛 꿈 떠올리며 걸었던 서우봉둘레길
길 한편에 두고 온
참신할 것만 같았던 아둔한 욕망
옥빛 바다에 던질 때
후련하지 못했던 가슴앓이
그땐 왜 그랬을까
생각 샘에 묻혀버린
아이의 꿈이
다시 깨어난 오늘
부질없이 흐른 세월의 뜰에
산산이 부서졌구나
지금
쭈글쭈글한 손등엔 검푸른 핏줄만 삐져나와
찌그러진 몰골 아래
풀죽은 힘 부친 다리가 떨고 있다
은총의 기도 게을리 하지 않을 때이다
망각 그 은혜로
맑은 영혼 샘솟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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