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수필

참으로 진솔하신 내 어머니

늘 봉 2011. 10. 3. 00:06

제 어머니께서 병중에 계신 것은 본당의 우리 님 거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지긋지긋한 투병 생활을 1년이 넘게 계속하시면서도 최근에는 자식에게 의탁하지 않으시려는 

의지가 엿보임을 감지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당신 몸 가누기도 어려우신데, 설겆이를 하시거나 거실에서 걸음 연습을 하시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식사를 챙겨 드시는 모습에서 의연함이 묻어나옵니다.

 

강인함으로 똘똘 뭉쳐진 그런 성격이 오늘 저의 어머니의 모습임을 압니다.

걸음 연습할 때에는 이제는 마하바라반야밀다의 '반야신경' 대신 주님의 기도, 성모송, 사도신경을 외십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는 당신 혼자서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들의 일상을 기도로  달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일상을 늘 밝은 모습으로 당신 삶을 사시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작년 10월 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2급 요양보호자 로 등급을 받으셔서

하루 3시간씩 방문 요양사가 밥상차려주기, 간단한 집안청소, 빨래, 주 1회 목욕시켜드리기 등 허드렛일을 거들어 주셨습니다.

요양사도 직업이어서 그분 생활의 방편임에도 내 일처럼 어머니께 잘 해주시고, 잘 챙겨주시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주셔서

마음 놓고 외출도 할 수 있었고, 교회일도 할 수가 있어서 참으로 좋았거든요.

 

등급 판정은 보험공단에서 조사자가 1년에 한 번씩 조사하고 다시 등급 판정을 매깁니다.

따라서 그 판정 결과에 따라 방문요양 가 부가 결정됩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복지 예산을 대폭 깎는 바람에 조사 과장도 예전보다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어서 

움직일 수 있거나 말을 알아듣고, 상황 판단의 인지 능력이 조금만 있어도 등급에서 제외가 됩니다. 

 

"어머니 오늘 공단에서 조사 나왐수다. 뭐 물어보민 귀막아부난 아무것도 모르켄헙서 양"

단단히 부탁을 드렸지만 곧은 어머니 성격을 잘 아는 저는 다시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무엇이든지 모르겠다고 하시라고.........

  

그런데 어머니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10원을 10개모으면 100원이라고 답하시고, 100원이 20개이면 2000원이라고 답하시고,

500원씩 일주일을 모으면 얼마냐는 물음에 3500원이라고 또렷이 대답하시는 우리 어머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병원가실 때는 아들에게 업혀서 차에 오르고 내린다고 하셔요"

라고 주문 했더니 당신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오르고 내린다고 하십니다.

 

저의 어머니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십니다.

십계명을 떠올렸습니다.

거짓 증거는 죄인줄 알면서도 제 한 몸 편하려고 거짓말을 시킨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왜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을까요?

주님께 용서를 구했습니다.

등급을 받지 못하드래도 차마 거짓말은 못하시겠다던 어머니의 그 맑음을 그 깨끗함을 전 사랑합니다.

 

"길을 잃으면 어떵허쿠과?" 하는 조사자의 질문에

당당히? 핸드폰으로 아들에게 전화해서 집을 찾겠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곱디 고운 심성을 사랑합니다.

 

등급 받기는 물건너 갔지만 어머니의 그 용기를, 그 진솔함을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보시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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