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수필

연날리기의 향수

늘 봉 2012. 1. 29. 23:55

      연날리기의 향수 / 늘봉 한문용 옛날에 난 연 날리기를 엄청 좋아했고, 기막히게 잘 날렸었다. 방패연 만들기는 내 전유물이고 특허이다. 아마도 우리 동네에서 내가 만든 연을 사서 띄워보지 않는 또래는 거의 없었을 테니까. 내가 만든 방패연 한 개를 30원에 팔았으니 비싸도 엄청 비싼 방패연일 게다. 그 때의 화폐가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영화 감상을 좋아했던 나는 대작이 들어 온 때이면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꼭 그것을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 땐 대작 십계와 같은 영화 한 편을 보는데 30원 정도였다. 시내버스 구간이 신촌, 제주시였으므로 함덕에서 신촌까지 걸어서 제주시를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시내버스 요금으로 15원을 내고 동문로터리에서 내려 코리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서 중국 식당에서 25원짜리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시내버스를 타고 신촌까지 오고 함덕으로 걸어오면 그래도 15원이 남았으니 당시 내가 만든 연 한 개의 값 30원은 참으로 큰돈이 아니었던가! 창호지를 알맞게 마르고 가위로 곱게 자른 다음 대각선을 따라서 둘둘 말아서 여러 겹으로 겹친 뒤 가위로 반지름이 약 4센티미터 정도 되게 자르면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린다. 무릎 위에 헌 헝겊을 여러 겹으로 올려놓고 가늘고 긴 잘 마른 수리대를 칼로 잘게 쪼개어 방패연의 크기에 맞게 머릿대, 옆대, 상대, 각각 한 개씩, 대각선을 이어 줄 어질연대 두개를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울퉁불퉁 튀어 나오지 않게 둥그런 원을 그려보며 얇게 깎고, 짓이긴 쌀밥을 두꺼운 천에 넣어 끈적끈적하게 다진 후 대나무에 칠하고 마름질한 창호지에 붙이면 일차 작업이 끝난다. 마무리 작업은 색종이를 같은 것 두 개 다른 것 각각 한 개로 예쁘게 잘라서 동그라미로 자른 것은 방패연의 상단에 붙이고 또 한 개는 가운데 아랫부분에 나머지 같은 것 두개는 대각선으로 붙인 대의 양쪽에 붙이면 붙인 곳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효과와 더불어 연의 아름다운을 드러내게 된다. 잘 날 수 있도록 연을 불에 적당히 휜 다음 성냥개비 같은 것을 불에 붙여 줄을 멜 구멍을 위아래 뚫고 실로 연 줄을 매면 완성, 얼레에 묶고 날리면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세심한 처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젠 비닐로 본을 뜬 이미 만들어진 꼬리연이 문방구를 장식하고, 방패연도 마름질 된 종이는 물론이고, 붙임대도 모두 만들어진, 혼이 쏙 빠져나간, 그래서 잘 날지도 않는 조립식 연이 판을 치니 고유한 우리의 옛 전통이 사라져가는 세태를 한탄할 따름이다. 난 연싸움의 왕이었다. 아주 가는 질긴 명주실을 한 탈래 사면 연줄의 길이가 약 150미터 정도 된다. 그 줄에 망치로 잘게 부순 유리 가루를 쌀밥을 으깬 끈적끈적한 밥풀을 먹인 실에 뭍인 다음 연을 띄우고 말린다. 실이 마르면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 훑는다. 그 까닭은 붙어 있는 유리 가루가 뭉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제 비로소 연싸움 왕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내 연을 상대방의 연의 아주 먼 거리에서 아래로 좌우로 회전시켜 줄에 걸면 금방 상대의 연줄이 끊어져 바람에 날린다. 그래도 끊긴 주인이 화를 내는 일이 없다. 참으로 낭만적이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내 연만 보면 화들짝 줄을 감기 바쁘다. 내 줄에 걸리면 여지없이 끊어짐으로 걱정이 되어서이다. 통쾌하고, 짜릿했던 연줄 걸고 끊어먹기......! 제 연 줄이 끊어져도 욕을 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한 후덕하고, 아름답고, 넓은 마음들이 모여 살았던 넉넉하고, 포근했던 그 때 그 시절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내 소년 시절, 방패연에 내 꿈을 담고, 힘차게 높은 하늘에 띄워냈던 어린 시절이 그립기만 한 것은 아련한 아름다운 기억에의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분들도 계신다. 유독 문어처럼 생긴 꼬리연을 좋아했던 한 아무개, 김 아무개를 떠올리다 보면 생의 무상함이 머리를 깊게 때린다. 난 이제 내 인생을 주님께 온전히 의탁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그리움의 향수는 그냥 그리움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아침이 오면 저녁놀도 보이는 것을......... ~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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