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날 울고 싶은 날 한문용 하늘만 봐도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쩌다 덤불 속에 홀로 핀 나리꽃을 보노라면 장독대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를 보아도 바윗돌에 부서지는 파도 하얀 물보라가 이는 날이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보다 더 애련한 내 세월에 에는 사랑이야기를 가슴에 .. 내 영상시 2018.01.30
바람씨 바람씨 한문용 애를 태울 일도 없다. 자연의 순리대로 흐를 일이다. 목마른 대지 위에 바람씨 따라 하얗게 눈이 내렸다. 눈씨가 눈 따라 비틀거린다. 언어를 타박하며 떠올리는 말씨 기억하고 있다. 노루가 허우적대던 냇물을 잔잔히 가슴께로 스며드는 동심을 잔잔히 뇌 속을 흐르는 지.. 내 영상시 2018.01.11
백설의 향기 백설의 향기 한문용 하늘이 잉잉 우는 소리 눈물일 것 같은데 웬 눈보라 뽀로통 삐죽이는 창밖 갈지자로 흐느적거리는 삼나무 뿌리 곁에 숨어 우는 풀죽은 겨울이끼 겨울풍경을 한라산에 죄다 쏟아 놓았다. 백록담에 쌓인 녹슬지 않는 한설이 구름을 끌어안는다. 행여 휜 기슭이 더 휠까.. 내 영상시 2018.01.09
사랑과 나는 사랑과 나는 / 한문용 지난 일이었습니다 멋진 만남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주 오래 전부터 꼭 그래야만 했던 운명적 만남 이 하늘 아래에서는 헤어질 수 없음입니다 잔뜩 얼어버린 날 해(年)가 지는 날 까지 병석에 누은 그 안도의 소식 참으로 더딥니다 헤진 가슴에 에는 칼바람 깔깔 웃던 .. 내 영상시 2017.12.28
겨울에 내리는 비는 겨울에 내리는 비는 한문용 눈이라면 모를까 소박맞은 빗줄기가 옷을 훔친다 새순 돋던 땅이 꽁꽁 얼었다 하기사 풀려도 짐이 될 설한 때문에 미처 숙성되지 못한 대지 위에 주책 없이 내리는 비 그래도 암울했던 들창처럼 떨어져 다친 상처가 덧나지 않았으니 살아 있는 심장에서 박동.. 내 영상시 2017.12.17
섣달에 부쳐 섣달에 부쳐 한문용 쭈욱 달려온 시간들 내 몸과 함께 태워버린 세월 아슬하게 남은 마지막 정유년 섣달 윤슬처럼 부풀었던 황홀했던 정월의 아침 어느새 하얀 눈길이 되어 지우고 싶은 잔혹한 흔적들만 흰 뇌리에 남았다 풀리지 않은 숙제가 아직도 산적한데 내 기쁨은 점점 시야에서 .. 내 영상시 2017.11.29
고엽 고엽 한문용 창밖에서 바스락 거린다 바람에 제 육신을 맡겨 디뎌보지 못한 낯선 거리를 기웃거려도 끝내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하였구나 지쳐버렸을까? 찌든 몸 가누지 못해 담벼락 한편에 누었다 눈이 있어도 빛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못해 그래 한줌 먼지로 돌아가는 회안 .. 내 영상시 2017.11.29
기억 기억 한문용 그때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혼자 걷는 소리길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질퍽거렸던 세월 단풍잎 소리 없이 떨어지듯 나른한 날처럼 휘적이던 바람과 맺은 인연, 다정했던 그 기억들이 내 귀를 채찍질한다 육십 줄 훌쩍 넘은 후에야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하얀 고독.. 내 영상시 2017.11.23
이렇게 살고 싶어라 이렇게 살고 싶어라 한문용 사운거리는 갈대숲에서 생각 없이 머물다 가는 바람처럼 여유롭게 살고 싶어라 사각거리는 억새 언덕에서 새소리 들으며 하늘 보며 살고 싶어라 아스라한 시냇물 흐르는 고요의 골짜기에서 그대와 함께 조용히 살고 싶어라 자박자박 내게 안겨 오는 초롱한 .. 내 영상시 2017.10.22
내 이야기 내 이야기 한문용 몸에 찬서리를 맞으면 어쩌나 소싯적 담백한 기운이 이렇게 쇠한 걸 보면 시간은 잘도 멋적게 지나갔구나 가슴은 여릴수록 더 단단해지고 지나버린 세월의 향기만 내 안에서 굳어지는지 얼핏 그때의 메아리가 오늘따라 청승맞게 귓가에 들린다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 내 영상시 20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