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수염 난 아이 흰 수염 난 아이 한문용 황량한 벌판에서 새까맣게 적막을 키운 무던히도 습한 밤바람에 따사로운 기억들을 잃어 미친 듯 울부짖던 날이 있었습니다 밀고 밀리던 요란한 삶 숨 가쁜 호흡을 서서히 누그러뜨린 자애의 손길 상록수 한 그루 꽉 막혔던 가슴 한가운데 심어져 내 안에 곱게 스.. 내 영상시 2018.07.11
중턱굴 암반수 *중턱굴 암반수* 한문용 중턱굴 암반수 태곳적시절 부터 중턱굴 암반 밑에서 얼음처럼 투명한 물이 바다로만 흘러내렸다 어장의 풍요를 위해 숱한 세월을 뛰어 넘었구나 골짜기서부터 시작되어 곶자왈 속에서 정수로 투명하게 마름질 하고 흐르는 생존의 생명줄 영원한 세대로 이어지리.. 내 영상시 2018.06.25
관념 관념 한문용 슬프다고 말하지 마라. 산 위에 서서 아래를 보라 오톨도톨 세상이 작게 보인다. 나무 밑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어라. 기슭에서 잔잔히 이는 바람소리를 들어라. 가슴이 확 트인다. 고독하다고 말하지 마라. 산마루에서 피는 이름 모른 들꽃의 노래와 하얗게 남실대는 파도의 .. 내 영상시 2018.06.12
화상 화상畵像 한문용 망막 안에서 아른거리다가 꿈 속에서 말초신경에 머물다가 혈맥을 타고 열두 경맥을 흐르다가 마침내 주먹만한 심장에 떡 버티고 눌러 앉아 또렷이 되새김질 하는 기억 그래 그 건 당신이었어 당신이 내쉬는 고른 숨결이었어 실타래가 곱게 풀렸어 한걸음에 달려갔어 .. 내 영상시 2018.06.04
하루를 살아도 하루를 살아도 한문용 하루를 살아도 그와 함께 있고 싶다 길이 아니더라도 함께 가고 싶다 임을 지척에 두고 슬픔이 뇌리를 맴도는 것은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행여 임을 잃을까 짧은 혀가 볼에 닿지 않을까 질식할 것만 같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깨어있지 못한 몹쓸 상념 눈안.. 내 영상시 2018.05.31
목마름 목마름 한문용 난 영혼 없는 갈잎 계절이 오가는 곳에서 날은 저물고 올 여름은 안개비로만 추적거린다 네 모습 샐녘처럼 붉어지기를 투명한 액체 속에서 곱게 그려지기를 날개 달린 은은한 목소리가 내 귓바퀴에 오늘도 머물기를 언제나 그렇듯이 밤보다 낮이 더욱 내밀한 곳 시도 때도.. 내 영상시 2018.05.30
부들 부들 한문용 쨍 내리쬐는 햇살 품어 유월 아침에 고개내민 부들꽃잎 초록바람에 실루엣처럼 하늘거린다 시월 기쁨의 미학을 위하여 쏟아지는 홀씨를 푸르름 속에 담아 익을 가을을 손짓하다가 마파람 앞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장맛비에 일그러진 얼굴 그 고통 인내하곤 황홀한 씨앗을 배.. 내 영상시 2018.05.29
지킴이의 푸념 지킴이의 푸념 한문용 소만 즈음에 웬 가시돋친 바람인가 먼 길을 가는 풀죽은 나그네처럼 맨날 코흘리는 꼬라지하고는 잔챙이가 뼈 속을 헤집고 서슬퍼런 하늘에서 세찬 바람에 짖궂은 비를 쏟으면 손끝에서부터 움찔 떨려오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 감기약에 취해서 나태해지기 바라던 .. 내 영상시 2018.05.23
내가 섰던 그곳은 내가 섰던 그곳은 한문용 가슴은 마냥 꽃으로 물들고 몸도 송두리째 동심童心에 녹아 내려 기억하건데 교정은 머리까지 차오르는 달콤함에 늘 능금처럼 붉었었지. 생글생글 웃는 눈동자들이 내 팔에 안겨 오면 얼음장 같이 찬 가슴 금세 온기로 채워져 낮은 섣달처럼 짧았었지. 숲속에서.. 내 영상시 2018.05.17
아이들의 운동장 아이들의 운동장 한문용 아이들 쉼터 초록빛 운동장 파아란 하늘이 가없이 열려 솔솔 향기짙은 꿈이 송이송이 맺혔다. 먼 발치 흐드러진 넝쿨장미가 형형색으로 수놓고 손짓하는 오월 듣나니 무지개 속 초록빛 온화의 조화 눈이 부시다. 운동장 건너편 하얗게 반짝이는 오월의 찔레꽃이 .. 내 영상시 201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