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 서다 바람 앞에 서다 한문용 나무들이 바람 앞에 섰다 나도 바람 앞에 섰다 세상 모두가 바람 앞에 선다 꽃잎 흐드러저도 바람 앞에서 시들고 영원히 붙어 있을 것만 같은 이파리도 바람에 떨어지지 않는가 꺾이고, 깨지고, 날아간다 유혹에 이끌리는 인간 속 좁은 인간들을 비웃으며 태연히 .. 내 영상시 2019.03.18
봄볕 봄볕 한문용 보드라운 바람씨가 남촌을 깨우고 숲길을 그득 채워 봄볕을 보듬으면 한 참 응어리졌던 한기는 뫼바람 속에 묻혀 멈추지 못해 끝내 불쑥불쑥 일어서는 버들강아지 노래 소리 입 다문 햇볕이 내 문지방을 드나들 때마다 그렁그렁 향기로운 사연 하나 가만가만 귓바퀴 속에서 .. 내 영상시 2019.03.14
풀씨 풀씨 한문용 새벽빛은 태고 적부터 푸르고 짙다 순간 어둠이 내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침묵은 고독을 순산하고 마음은 들창 밖으로 던져졌다 옷깃을 적시는 비가 가슴까지 적신다 먹구름이 걷히기를 바람에게 기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랑할 수 있는 힘은 눈빛에서 샘솟는데 연못에 이.. 내 영상시 2019.03.01
고뇌 고뇌 / 한문용 가느다란 겨울 햇살이 비추이는 창가 고뇌의 멍울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질끈 깨문 입술은 언제나처럼 따스한데 날마다 그리움으로 범벅이 된 고독 혼자가 되어보아야 안다 아린 상처 투성이 뼈를 깎는 허무한 세상 하늘만 올려다 본 짓무른 세월하며 색깔 없는 멍에가 .. 내 영상시 2019.02.01
정리 정리 한문용 키득거리며 옛 글을 읽었다. 걸음마 갖 넘어선 엉성하게 채색된 수채화 머쓱해진 마음 부스러기로 뭉친 덩어리를 훌훌 털어내고 반듯이 선 내 이야기만 골라서 서재에 넣어두련다. 한여름 포도알처럼 여물던 꿈 같은 인연하며 누구에게도 주기 싫었던 기다림하며 창밖을 들.. 내 영상시 2019.01.10
환상 환상 한문용 까마득한 길 무딘 손으로 더듬으며 사막을 훑고 밀림을 뚫고 밋밋한 언덕을 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비로소 닿은 곳은 피안이 아닌 낭떠러지였다 등골이 오싹하고 땀방울로 얼룩진 몰골이 무서움에 범벅이되었다 내가 아니었다 색다른 세계에서 숨가쁘게 달려 온 한생 손을 .. 내 영상시 2019.01.06
내가 사는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이 한문용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영롱한 아침이슬처럼은 아니더라도 때묻지 않음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오염되지 않는 바닷물처럼 조금은 더 맑게 조금은 더 푸른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한 웃음이 거리마다에 훈훈하게 번지고 .. 내 영상시 2019.01.02
햇살 햇살 한문용 햇살이 날아다닌다. 잎새 틈세를 들어올리면서 춤을 춘다. 먹빛 겨울 하늘 사이로 간간히 쏟아져 내리는 햇살 모은 빛 담을 수 없는 진한 아쉬움에 그늘이 졌을까. 바람이 마른 얼굴을 때릴때마다 보숭한 날갯죽지 그립듯 아린 햇살 보듬으면 위안을 살며시 키워준 온기 아! .. 내 영상시 2018.12.13
첫 눈 첫 눈 / 한문용 약속을 애태우다 세월을 붙잡지 못한 안달 베이스 가락 타고 소복히 내렸습니다. 옛 낭만 떠올리는 소설 같은 이야기 첫 눈 온 날엔 이 나이에도 사랑하고 파 그래 맞아 사랑은 오래 참고 견디는 거야 들창밖 나무에 내려 앉은 환한 꿈망울 가슴 속에 전이되는 사랑 내 영상시 2018.12.12
내 겨울은 내 겨울은 한문용 가을비 같은 겨울비가 종일 내린다. 잔디 광장이 젖고 숲이 젖고 도른 마음을 흠뻑 적시는 비 먼 옛날 가슴에 별자리를 움켜쥐고 화롯불에 손을 얹던 시절 떠올리며 꿈꿨던 하얀 세상 동심이 파랗게 눈 위에서 열리면 다리도 없고, 심장도 없고 그저 멀뚱한 눈으로 무감.. 내 영상시 201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