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내 영상시 680

인동초의 향기

인동초의 향기 한문용 백양나무 은은한 숲길 그리움 언덕 낮은 가장자리에 눈을 든 맑음이 있었습니다 아! 햇살 눈부신데 고난 딛고 피워낸 인동초입니다 물안개 자욱한 산자락에서 낮은 꽃잎 펄럭이며 여름 길목 꼭 붙잡고 하늘로 솟구치고 싶었나봅니다 가슴 후비는 그리움에 한 조각구름 같은 사무침 일면 긴 세월 꽃잎에 숙성된 달콤한 언덕은 사윈 사랑 이야기 그득합니다 들리십니까? 능선에서면 꼭 들리는 인동초의 그 말 점점이 무디어지는 영혼에게 거저 주는 사랑이 곱게 늙어 사는 지혜라고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

내 영상시 2023.07.13

비와 추상화

비와 추상화 한문용 요즘같이 가슴이 뻥 뚫릴 땐 비가 내린다 샅에 두 손을 넣어 신비를 들어내니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 황홀한 극치가 빗살 치면 가슴에 똬리 튼 공허를 깨우곤 이내 망각의 덫을 벗긴다 시들했던 울렁거림이 폭우처럼 되살아나 못난 그리움을 덧칠하거니 빗방울 때리는 유리창에 박힌 그림자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보랏빛 빗방울이 그리움 찌꺼기만 잔뜩 쌓아 놓아 속병을 송두리째 앓았다 쏴아! 애잔한 떠올림 빗물에 흘러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젖어들지 않은 사랑 인제 마른 가지가 다 되었구나 보고 싶어서

내 영상시 2023.07.09

소엽 애찬

소엽애찬 한문용 풍파와 싸우며 해안절벽에서 아슬아슬한 여정 굽힘 없는 자태로 세상에 군림하는 용기여! 뿌리를 다 내놓고 바위에 빌붙어 비와 습기만을 먹고 자라는 인고의 강인함에 내 생 반추하느니 작은이파리에서 유월 쯤에 작고 예쁜 흰 꽃이 펴 살랑바람에 풍기는 향기 실내 그득하고 고고한 모습 드러낸 안쓰러운 석부작 보며 머리 숙인다 The Rose - Bette Midler

내 영상시 2023.07.05

밤비 내리는 날의 풍경

밤비 내리는 날의 풍경 한문용 고요를 방목하고 추적거리는 장맛비가 이 밤을 족히 적신다. 삶이 곤할 때 내 동공에 까닭 없이 걸터앉아 속절없는 계절을 다림질하고 희멀건 가로등에 빗질하는 내 아픔 과연 알기나 할까? 세월이 가랑이 사이로 연륜처럼 흔들리고 나면 침묵하는 대지에 왜 이다지도 줄지어 떨어지는가! 별을 헤고 싶어도 시린 눈에 보이는 건 묏바람이 몰고 온 부딪히는 밤비 뿐 내 여정 땅을 헤집고 내린다 Giovanni Marradi - Mamma

내 영상시 2023.07.02

까닥않는 그리움(2)

까닥 않는 그리움(2) 한문용 그 모습 그려볼 수 있게 놀 화지 위에 물안개가 피었으면 ...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 별빛마저 어둡네 바다 건넌 몹쓸 그리움만 쌓이는 오늘 그냥 그렁그렁 흘러내리는 눈물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앳된 보랏빛 추억 한 도막만 덩그렇게 남은 세월 갈수록 사랑 더듬기 힘듦이 차마 이 계절을 보낼 수 없는 결핍증으로 다가와 잘도 질긴 가림 막이에 갈증 엉킨 흔적에 무딘 공상의 날개만 좇아 나네 모래 빛을 훔친 여름 풍광이 바닷가를 수놓는 천연덕스러운 하루 하루

내 영상시 2023.06.18

마음 그리기

마음 그리기 한문용 여름 오는 길목 야호, 소리 지르면 봉우리에 닿았던 메아리 파장에 흠칫 놀라 파르르 떠는 나뭇잎 밑에서 청운 꿈 떠올리며 걸었던 서우봉둘레길 길 한편에 두고 온 참신할 것만 같았던 아둔한 욕망을 은빛 파도에 내어 던졌어도 후련하지 못했던 가슴앓이 그땐 왜 그랬을까 생각 샘에 묻혀버린 소싯적 꿈은 부질없이 흐른 세월의 뜰에 산산이 부서져 내렸네요 지금 찌그러진 몰골 내린 가슴팍에는 쭈글쭈글한 손등에는 푸른 혈맥만 삐죽이 삐져나오고 힘 부친 다리마져 풀죽어 떨고 있구나 은총 기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지 망각 그 은혜로 영혼 맑게 샘솟기를

내 영상시 2023.05.25

묵상

묵상 한문용 그와 마주하는 날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힘이 가슴 안에 깊숙이 머물면 마침내 잠들었던 세월이 스스로 깨어나 햇살처럼 빛나는 안녕 한 아름 내 앞으로 달려오느니 그와 마주하는 날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향기가 마음 안 깊숙한 곳에 머물면 마침내 맑은 세상 가없이 하얗게 열리고 잔잔한 호수 같은 평화가 내 앞에 밀려오느니 그와 마주하는 날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설렘이 생각 안에서 여유롭게 머물면 마침내 시들했던 삶 오롯이 피어나는 고운 사랑의 열매가 내 앞에서 탐스럽게 열려오느니

내 영상시 2023.04.29

목마름

목마름 한문용 영혼 없는 갈잎 계절 오가는 곳에서 날은 저물고 추적거리는 안개비 네 모습이 샐녘처럼 붉어지기를 투명한 액체 속에서 곱게 그려지기를 날개 달린 은은한 목소리가 귓바퀴에 머물기를 밤보다 낮이 더욱 내밀한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무의미하다거나 외롭다거나 밋밋한 형용사로 도배된 공간 울릴 것 같아 클로즈업 되어 떠오를 것 같아 일상 흔들리는 시간 속으로 빛살처럼 내게 달려오는 네 모습

내 영상시 2023.03.17

흔 세상 앓아 누워

흔 세상에 앓아누워 한문용 세상에 기대어 세속을 부순다 이젠 흔 세상 꼽지 않으려고 해도 날이 갈수록 생은 구석으로 밀려 영은 쇠하고 육은 문드러져 내 생각 곯은 배 채우는 일상에만 골몰하니 차라리 앓아 누었다 초연을 초월한 해와 달에게 내 할 일을 물었더니 구름도 흐른다 하였다 온 세월보다 가는 세월이 한참 짧아진 것에 대한 반항적 넋두리 가혹하다거나 불안하다거나 무두 벗어놓고 내려놓으면 생이 빛바래지는 않겠다

내 영상시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