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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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

내 길 한문용 뻐꾸기 숨바꼭질하는 진리가 숨 쉬는 숲속의 길 나는 걸어가리라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 빛 가운데 우뚝 선 질서의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마을 어귀 어둠을 밝혀주는 가로등 밝음의 정의가 찬란한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따스한 배려의 애덕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의 길을 나는 걸어가리라 불의가 난무하는 길을 뚫고서야 보이는 곧은 길 나는 걸어가리라

영성글 2023.08.18

고독이라는 병

고독이라는 병 한문용 숨이 막힌다 무던히도 덥던 칠월 찌꺼기 팔월에도 끈적한 신열로 이어져 지칠줄 모르는 열대야 뜰 앞 망사리에 꼬옥 담고 싶은 가을은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눈치보며 서성이고 하늬바람은 바다 저편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잠 못이루는 밤 벤치에 혼자 앉으면 수평선에서 훨훨 날아 온 임 목소리 귓가에 들려오고 밤새 춤추는 숨소리는 달빛 창가에 부딪쳐 빠알갛게 신음할 때마다 담벼락 담쟁이가 놀을 탄다 Giovanni Marradi - Mamma

내 영상시 2023.08.12

훗날에 대하여

훗날에 대하여 한문용 일출, 일몰 반복되는 일상인데 맨날 훗날을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나도 그랬다 그날 미련 남아 있어 옛 향기에 취해 오늘을 미화하고 도대체 기울어지기를 거부하는 동안 눈빛이 색깔의 촉감을 잃어버리면 사랑하기조차 버거워지느니 미워하지 않겠네 자신과 이웃을 먼 길 돌아 부르는 노래인데 소절마다 붉은들 어떠리 음치에 녹아드는 향수도 침묵 깊은 노래인 것을 생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후에야 성숙해지고 익어가는 것 따스함으로 받아드리는 이유 내 길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

내 영상시 2023.08.04

회한을 훔쳐버린 비

회환을 훔쳐버린 비 한문용 빗물 터진 회색빛 하늘에서 주렁주렁 달린 초록색 열매들이 금세 가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내 얼굴 언저리에는 주름살은 없노라고 내 뜰엔 빛바랜 단풍잎은 없노라고 내 삶엔 회한은 없노라고 그것은 가색假色임을 이제 알았습니다 한창 나슨해진 계절에 선잠에서 반듯이 깨어나 겸손의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아집 벽을 허물고 가슴을 활짝 열겠습니다. 자애로 여문 이슬처럼 배려의 내음 내 안에 늘 숨쉬도록 자그만 촛불 하나 심어두겠습니다 Silent Stream - T.S. Nam

내 영상시 2023.07.22

인동초의 향기

인동초의 향기 한문용 백양나무 은은한 숲길 그리움 언덕 낮은 가장자리에 눈을 든 맑음이 있었습니다 아! 햇살 눈부신데 고난 딛고 피워낸 인동초입니다 물안개 자욱한 산자락에서 낮은 꽃잎 펄럭이며 여름 길목 꼭 붙잡고 하늘로 솟구치고 싶었나봅니다 가슴 후비는 그리움에 한 조각구름 같은 사무침 일면 긴 세월 꽃잎에 숙성된 달콤한 언덕은 사윈 사랑 이야기 그득합니다 들리십니까? 능선에서면 꼭 들리는 인동초의 그 말 점점이 무디어지는 영혼에게 거저 주는 사랑이 곱게 늙어 사는 지혜라고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

내 영상시 2023.07.13

비와 추상화

비와 추상화 한문용 요즘같이 가슴이 뻥 뚫릴 땐 비가 내린다 샅에 두 손을 넣어 신비를 들어내니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 황홀한 극치가 빗살 치면 가슴에 똬리 튼 공허를 깨우곤 이내 망각의 덫을 벗긴다 시들했던 울렁거림이 폭우처럼 되살아나 못난 그리움을 덧칠하거니 빗방울 때리는 유리창에 박힌 그림자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보랏빛 빗방울이 그리움 찌꺼기만 잔뜩 쌓아 놓아 속병을 송두리째 앓았다 쏴아! 애잔한 떠올림 빗물에 흘러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젖어들지 않은 사랑 인제 마른 가지가 다 되었구나 보고 싶어서

내 영상시 2023.07.09

소엽 애찬

소엽애찬 한문용 풍파와 싸우며 해안절벽에서 아슬아슬한 여정 굽힘 없는 자태로 세상에 군림하는 용기여! 뿌리를 다 내놓고 바위에 빌붙어 비와 습기만을 먹고 자라는 인고의 강인함에 내 생 반추하느니 작은이파리에서 유월 쯤에 작고 예쁜 흰 꽃이 펴 살랑바람에 풍기는 향기 실내 그득하고 고고한 모습 드러낸 안쓰러운 석부작 보며 머리 숙인다 The Rose - Bette Midler

내 영상시 2023.07.05

밤비 내리는 날의 풍경

밤비 내리는 날의 풍경 한문용 고요를 방목하고 추적거리는 장맛비가 이 밤을 족히 적신다. 삶이 곤할 때 내 동공에 까닭 없이 걸터앉아 속절없는 계절을 다림질하고 희멀건 가로등에 빗질하는 내 아픔 과연 알기나 할까? 세월이 가랑이 사이로 연륜처럼 흔들리고 나면 침묵하는 대지에 왜 이다지도 줄지어 떨어지는가! 별을 헤고 싶어도 시린 눈에 보이는 건 묏바람이 몰고 온 부딪히는 밤비 뿐 내 여정 땅을 헤집고 내린다 Giovanni Marradi - Mamma

내 영상시 2023.07.02

까닥않는 그리움(2)

까닥 않는 그리움(2) 한문용 그 모습 그려볼 수 있게 놀 화지 위에 물안개가 피었으면 ...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 별빛마저 어둡네 바다 건넌 몹쓸 그리움만 쌓이는 오늘 그냥 그렁그렁 흘러내리는 눈물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앳된 보랏빛 추억 한 도막만 덩그렇게 남은 세월 갈수록 사랑 더듬기 힘듦이 차마 이 계절을 보낼 수 없는 결핍증으로 다가와 잘도 질긴 가림 막이에 갈증 엉킨 흔적에 무딘 공상의 날개만 좇아 나네 모래 빛을 훔친 여름 풍광이 바닷가를 수놓는 천연덕스러운 하루 하루

내 영상시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