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노래, 순수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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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묻힌 자화상

그리움에 묻힌 자화상 한문용 아픔으로 혼자 홀짝였던 언덕길에서 별 헤던 날 기지개켜던 덩그런 너도밤나무와 함께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보금자리 찾곤, 새소리 멈춘 숲길에서 달빛 설핏할 즈음 눈물 없는 슬픔 더 서러워 주저앉은 넋두리도 축축하다 순간 동공 속에 비추이는 수척한 얼굴 기억만으로 남은 꽃잎 소유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긴 날을 하얗게, 하얗게 옴쳐온 날들 이 밤 다 새도록 중얼거려도 성이 차지 않은 사랑노래 여위었다 눈치 살피며 흘끗 둘러본 주위에 시공 넘나들며 헤엄치는 가슴 아린 고독 씁쓸한 독백만 괜한 입술 훔친다

내 영상시 2021.05.21

순수를 탐하다

순수를 탐하다 한문용 냉큼 쏟아지는 5월 햇살 입하 지난 핑계로 바람 새는 곳으로 게워 내어 이내 잉걸처럼 타오른다 사막을 가는 나그네가 물을 밝히듯 목마름 재우고 싶은 울컥함에 지쳐 더위 짓는 취한 시간 지루하게 소모하고 지척에서 일상 두려움에 쫓기는 상념 붙들고 작열하며 꿈틀거리는 6월 속으로 내리꽂는 태양 순수인 게야 순리에 순응하는 순수인 게야 빛을 나무라지 마라 계절이 순수를 탐하는 것일 뿐 맑은 영혼인 게야 눈부신 순수인 게야 세월이 하늘 끝자락에서 소나기를 몰고 올지도 몰라 타는 가슴 적셔주는 순수

내 영상시 2021.05.15

꺼리

꺼 리 한문용 빈둥빈둥 시름 잊을 노닥거리에 푼수처럼 멍한 귀 열어 간당간당 비탈길에서 여정 좇아 흥청거리는 의식 잃은 날개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열락의 순간만 키우는 생각 꺼리 무심히 쏟아지는 오월의 새벽길을 훠이훠이 가로 질러 훔치듯 도망치는 소멸의 시간 주워 담을 세상이야기가 제 멋대로 돌던 날마다 끙끙 앓다가 끈적끈적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상념 참으로 무딘 흔적들을 모아 헹굴 퐁퐁을 부리나케 찾는다 가슴팍 가운데 살구꽃고독을 심어놓곤 애쓴 아픔에 절로 솟는 외로움 들킬까봐 삭혀줄 꺼리를 오늘도 찾는 나

내 영상시 2021.04.29

까닥 않는 그리움(2)

까닥 않는 그리움(2) / 한문용 물안개가 피는 날에는 바다 너머 부끄러운 그리움만 쌓인다 굽이굽이 파도를 넘는 사이로 아련히 뵈는 앳된 보랏빛 살결 보고픔에서 시작된 사랑 펜데믹으로 막혀 불꽃처럼 타올랐던 기억 한 토막만 덩그렇게 남은 세월 하루하루가 점점 계절 사이 결핍증으로 다가와 날로 뜨거워지는 눈시울 잘도 질긴 가림 막에 무딘 공상의 날개만 좇아 날고 모래 빛을 훔친 사월의 풍광이 바닷가를 수놓고 있다

내 영상시 2021.04.15

때 아닌 하늬바람

때 아닌 하늬바람 한 문용 연일 늦깎이 바람이 분다 사월 하늘에 때 아닌 하늬바람이어서 그렇다 봄빛 살찌우는 미풍이 계절의 정의로움으로 다가와야 하거늘 휨과 폄 사이를 들락거리는 자 진부한 핑계 들어 핏대를 세우고 보들한 감사의 언덕을 들쑤셔 헛발질하는 하늬 움켜쥐어도 냉큼 빠져나가는 영악한 갓털들이 거짓 핥기를 즐긴다 살가운 빛 아래에서 까닭 있는 기지개를 불평하는 얄팍한 하늬바람 술수에 몸서리치는 민생들이 앓고 누워 있다.

내 영상시 2021.04.09

볕으로 타버린 세상

볕으로 타버린 세상 / 한 문용 빛으로 크고 빛으로 여물고 빛으로 숨 쉬는 들판 보습으로 튼튼한 이끼와 잎들이면 오죽 좋으랴 갈등에 갈라진 땅 아, 볕만 추구함으로 타버린 세상 움직임 한 톨 없는 땅, 죽어 있다 창백하게 깡마른 이파리들이 날개 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햇볕만 구워내고 대지를 삶아내기에 바쁘다 감히 삶을 축제라고 하는 이여 별만 헨다고 뒤틀린 자연이 옛 모습으로 회귀할까 달려오는 볕 누리 들녘은 가뭄을 탈 때가 더욱 외롭다

내 영상시 2021.03.24

멱을 감고 회전목마를 타겠네

멱을 감고 회전목마를 타겠네 한 문용 바람 불어 갈마들은 세월 어느새 머리 결이 하얗다 붙잡고 있어 명예를 가치로 매인 여정 오히려 짐이 될 것만 같아 허상의 사슬 내려놓았다 빠끔하게 열린 샤워 실 문틈 사이로 기쁨 터지는 벚꽃의 비명소리 들으며 한 없이 오글거렸던 삶 보드라운 양 헉헉 달려 온 시간들은 그저 여윈 중독의 사슬이었다 고혹에 끌려 어두웠던 눈이 간질이는 미풍에도 놀라는 가슴 누가 들여다보기 전에 내 몸 낮춰야 될 것 같아 애성이 애써 참아 멱을 감고 회전목마를 타겠네

내 영상시 2021.03.12

작은 조각들

작은 조각들 한문용 보셨나요? 안달난 개나리 핀 솔 길을 낮 기운 언덕에 참 아름답단 깨달음 사랑 같은 어여쁨 기분 좋은 오수 후에 또르르 점점이 흐르는 구름 태 안 따스한 물속에서 어머니의 마름질로 태어났기에 모처럼 살고 싶은 싱그러운 삶인데 어느새 흰 발이 서고 그물 같은 주름살에 눈까풀까지 파르르 떨리오네요 그래도 모나지 않게 살아온 생 알알이 작은 조각들 더욱 사랑하고 싶은 오늘

내 영상시 2021.02.27

내 공간

내 공간 한문용 그곳은 옛일의 흔적과 새로움을 구워내는 미래에서 사랑의 세계를 동경하며 내가 사는 곳 공간이 주는 빛의 기억과 공간이 주는 어둠의 기억이 상존하는 처절한 감동 글 쓰는 여자의 시간 같은 은은한 그리움의 선율 상상의 나래 펴 한 편의 시처럼 흐르는 감성이 늘 그렇듯 하얀 공간을 꿈군다 그곳은 비밀을 간직한 침묵처럼 만질 수 없는 가슴과 멈출 수 없는 망각의 향연 속에 고요가 부끄러운 숲 가운데를 호흡하는 내 숨결

내 영상시 2021.02.25